Project Description

MEDITATORS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나의 작업은 나를 비롯한 주변인의 삶을 유심히 지켜보며 떠올리게 된 소박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유년 시절 품었던 순수한 이상과 가치관은 현실의 벽 앞에서 빛을 잃고 희미해졌다. 그저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세상의 속도를 정신없이 쫓다 보면 대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부의 축적만이 성공의 잣대가 되는 냉혹한 자본주의 세상, 그리고 그 안에서 형성된 암묵적인 사회계급. 어느새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부조리한 세상의 단면을 수긍하고 발맞추어 걷고 있다.

 

담보되지 않는 불확실한 미래에 손만 뻗으면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미끼를 던지며 희망 고문하는 구름 위의 존재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몇몇 사건들과 현실 속에서 빈번하게 마주하는 그들의 힘.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 그 소수가 되고 싶은 욕망에 잠식당한 사람들의 내면적 아이러니. 이러한 자본 논리가 행복의 잣대로 기능하게 될수록, 흔들리는 자존감과 퇴색하는 인간성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본 전시의 제목 ‘MEDITATORS(명상가들)’인내하는 사람들을 반어적으로 해석한 표현이다. 위에서 언급한 인간의 이면에 감춰진 욕망, 이상과 현실의 교차점에서 밀려오는 상실감과 불편한 감정들을 얼굴이 가려진 인물들을 통해 작품으로 풀어냈다. 동물을 암시하는 마스크나 재해석한 의복으로 인물의 성격을 설정하고, 주로 손의 형태를 결합해 기호의 요소로 사용했다. 또한 사회의 권력 구조를 표현하기 위해 종교 조각의 형태를 응용하였고 인물의 배치를 통해 연극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다.

 

모두가 베어 물고 싶어 하는 탐스러운 자본의 열매는 언젠가 우리에게 또 다른 형태의 갈증을 안겨주게 되리라 생각한다. 나의 작업이 그간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한 세상의 모순을 자각하고 좀 더 주체적인 삶의 태도에 근접할 수 있는 작은 반향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