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오석훈 작가는 프랑스 국립조형예술학교(potion communication 1995년) 졸업하고 귀국 후 상업사진으로 다양하게 활동하다 이제야 자신이 생각하는 ‘작가로 ’데뷔하는 것이다. 이번 작품은 자신의 스튜디오에 별도의 공간을 구축하고 그 속에 인물을 배치하여 무엇인가를 읽어내는 작업이다. 달리 빈틈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인물사진임에도 그는 인물 속의 빈 곳을 포착하려는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매우 독자적이고도 꽉 찬 어떤 인물인데 어딘가 있을 그 인물 속 ‘텅 빔’이 오석훈의 피사체였을까? 자기 석사논문의 연장선상에서 ‘상 비자쥬’라는 용어를 가져왔고, 대화 속에서 이 제목이 작가와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왠지 그의 삶에는 스튜디오를 넘어서는 방랑의 여정이 묻어 있는 것 같고, 스튜디오 내부에 구축한 별도의 촬영공간이 매 순간 스튜디오의 경계를 넘어서는 다른 세상 혹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텅 빈 공간의 은유인 것 같다. 작가 자신이 좋아한다는 사막이나 바다의 휑하고도 황량한 이미지, 자유를 열망하는 고독의 이미지가 겹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째든 그가 말하는 인물사진에서의 ‘얼굴 없음’은 무엇일까? 텅 빔, 빈 공간으로 읽어도 되는 것일까? 여러 이론에 의지해 사진 작품을 해석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작가가 말하는 ‘상 비자쥬’라는 기호가 하나의 지표(index)로서 무엇인가를 지시한다는 점만으로도 작품 앞에 서 있을 만한 근거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오석훈의 사진을 분류해보자면 우연이나 자연스러움을 허용하는 작업이라기 보다는 상당한 구성력을 투입해야하는 매우 조형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조형은 단조롭고 매우 단순하면서도 지극히 인위적인 구성으로서 한 인물에게서 솟아나는 고유의 힘이랄까, 에너지의 뉘앙스에 관객을 집중시킨다. 그의 조형적인 감각이 향하는 것은 우리 인간성의 근원 풍경, 무한한 가능성에서 단 하나의 고유함이 솟아나는 막막하지만 꽉 찬 감각의 지대가 아닐까 싶다.

뒤늦은, 그러나 더 이상 늦지 않은 오석훈의 작가 데뷔의 행보와 꿈을 실현하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존재의 근원 풍경일지도 모를 사막과 같은 텅 빔, ‘얼굴 없음’의 소리를 사진의 언어로 어떻게 전개시켜 나갈지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