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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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병용作 ]

각색 소반, 실용의 미

민가부터 궁궐까지 어느집에나 있고 누구나 날마다 마주앉는 소반.

밥이든 술이든 먹을 것을 올려놓는 실용품이건만 아담한 상에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지역, 쓰임, 만든 이에 따라 기능을 거스르지 않는

절제미가 바로 공예의 멋이겠다.

editor 이나래   I    photographer 민희기  I   photo  중앙m&b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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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소반은

순박한 아름다움에 단정한 모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친숙하게 봉사하며 세월이 흐를수록 아취를 더해가니

올바른 공예의 표본이라 부를 수 있다.

– <조선의 소반>(아사카와 다쿠미 지음, 학고재) 중에서

[헤렌 201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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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병용作 ‘화형마족반’ ]

2013년작. <조선의 소반>의저자

아사카와 다쿠미가 조선 소반 중의 역작으로 꼽은 것도 마족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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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판에 화려한 조각을 넣어 뽑을 낸 해주반,

마치 곱게 빗은 머리에 비녀를 꽂아 품위를 더한 듯이 매끈하면서

맵시나는 나주반, 중대를 두 번 둘러 튼튼하고 장식도 한껏 자유로운 통영반,

앞마당에 뛰노는 개 다리 모양을 딴 충주 개다리소반 등 지역에 따른 소반은

참으로 개성이 넘치며 저마다 아름답다.

음식을 멀리 나를 때 머리에 이고 가는 용도로 상을 이고도 앞이 보이도록 얼굴 부분을 뚫어 만든 공고상,

수(壽)자를 둘러가며 새긴 할머니 약상, 다른 상옆에 붙여놓도록 반달 모양으로 만든 반월반 등 용도에 따라

모양새를 달리한 소반을 보면 그 깜찍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무척 재밌다.

각양각색 소반들을 보자니 이제는 네모난 교자상으로 통일된 우리의 살림살이가 더욱 심심하게 느껴진다.

소반을 예술품으로 여기고 화려한 조각을 넣는데 공을 들이기 보다 쓰임에 맞춰 수수한 멋을 내려고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소반에 따뜻한 느낌을 남기려고 사포질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그래서 그의 소반은 대패가 지나간 흔적, 칼자국, 옻칠이 퐁 터진 모양이 남아 있기도 한데

이는 우리 전통 소반에서 느꼈던 ‘손의 흔적’이 주는 투박함, 정겨운을 귀중히 여겨 일부러 그리 한것이다.

그는 요즘 지난해 덕수궁 미술관 전시에서 본 마족반의 아름다움에 빠져 그런 형태의 소반작업에 열중해 있다.

마족반은 다리 윗부분은 구족반과 같은 모양인데 아랫부분은 호족반처럼 밖으로 나온 소반으로 구족형 호족반이라 부르기도 한다.

작가는 상의 운각과 다리가 이어지는 부분의 세모로 날이 선 디자인이 금속공예 같기도 하고, 빛에 따라 좌우의 명암이 선명해 입체감을 낸다며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한 맛이 매력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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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각에 다리를 끼운 나주소반. 겉은 천판의 반쯤 못 미쳐 멋을 부리고, 안쪽은 끝까지 끼워 견고함을 얻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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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용 작가는 소반에서 자연의 선을 발견한다며 꽃잎이나 사람이 비례가 똑 떨어지지 않아도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느냐는 말로 소반의 미에 빠진 기자의 이해를 돕는다.

소반은 통판으로 만든 것은 더러 무게가 나가기도 하지만 대개는 들었을 때 팔에 힘을 준 것이 무색할 만큼 가볍다.

이 역시 계산된 바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소반 한 상 가뿐히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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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으로 깎아 옻칠을 올린 양병용 작가의 원반. 원반은 강원도반으로 통각반, 막소반이라고도 불린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갈이틀로 작업한 소반 천판들. 양병용 작가는 소반을 깎고, 옻칠도 직접 올린다. 갈이틀로 작업한 그릇과 원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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